별 고을
- - 별 고을 - -
/ 변익상
내가 만든 세상이니 부수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
그 흙먼지 사이에 잠시 굴러다니는 목화 씨앗 한 톨
호랑이 가죽은 안 썩고 남는다고 누가 그랬는가
착한 것으로 꼬라지를 전사(戰士)가 되고 싶어 했어요
커다란 막걸리 사발 하나에 두부 한 모에 우동 국물이면 충분했어
어렸을 때 그냥 멍하니 멋도 모르고 쳐다봤던 대/동/세/상/ 네 글자
하늘님 한울님 제 말 들려요 무얼 갖고 싶냐면요 아나키즘이요
큰 산 뒤로 하고 적당한 하천에 사람들이 오천 년 한을 쏟아 붓고 대충 어화둥둥 하면서 살았어
여기~ 사람이 있어요!
목 마른데 거꾸로 죽어라 몸 굴리다가, 담배 한 모금에 취해 쓰러져 춤 추면서 사람을 모으자
어제까지 밥 같이 나눠 먹어 광목 끈으로 묶은 창백한 푸른 점
어떡해 어떡해 잠깐만 잠깐만
졸지에 쳐다보는 눈이 삼만 오천 개
삼 년 간 집 떠나 가족 떠나 삼만 오천 리
마르디 마른 나무 밭에 풀 밭에 불 지르면 삼십일은 밤낮으로 거뜬하게 탄다
여기가 어딘 줄 알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이거 먹고 기운 내
영주님! 어쨌거나 살아서 잠깐 나와 이렇게 얼굴이라도 보다니 허벅지 꼬집어 볼게요
물집 안에 물집이 또 생긴 어린 아이 등짝을 후려치면서 영하 26도 능선을 살았다
네가 사람이냐 너도 인간이냐 그렇게 살지 마라 그러다 벌받는다
죽지 말고 살아 남는 게 더 중요해 지금의 굴욕과 수모는 한 낮에 흩뿌려지는 비수일 뿐
새로운 촌락의 네거리에서 다시 바라본 신호등이 기억날 거야
내가 만든 세상이니 부수는 것도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
그 흙먼지 사이에 잘 익어 벌어진 목화 한 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