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일

삶의 작은 승리들 - from 이글루스

곰돌이 푸 아저씨 2023. 6. 11. 22:14

2005-02-10 오후 7:10:00에 작성 

나의 둘째 딸이 몇년 전 8월 어느 날에 급작스럽게 태어난 이후로 거의 만 24개월을 긴장을 놓아본 적이 별로 없다. 일반적으로 의사가 예후 관찰을 하는 최소한의 기간인 것이다. 그래서 24개월 언저리에 소아과 주치의로부터 이제는 1년에 한번씩 정도만 와도 된다는 소릴 들었을 때는 어떤 자그마한 형벌에서 면제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와 아내가 이렇게 고군 분투하고 있을 때 내 친구 녀석에게도 안 좋은 소식이 들렸다. 아들 녀석이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치료하고야 말겠다는 다짐을 건네는 전화선 너머의 친구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의학적으로 쉽지 않는 도전을 하는 친구 녀석도 사정은 나와 비슷하거나 더 심하였을 것이다. (다만 다행인 것은 그 친구가 나보다 경제적인 여건은 좀 더 여유가 있었다는 것 뿐이다.)

친구 아들 놈이 드디어 약 4년여의 투병을 성공리에 마치고 완치 판정을 받았다. 앞으로 5년 이내에 재발만 하지 않는다면 정말 평범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그 아들 놈은 그러는 와중에도 작년에 전국 로봇 올림피아드에 나가서 최우수상을 먹었다. 언론들이 얼마나 좋아할 만한 사연인가? (혹시 더욱 더 궁금하시면 검색 엔진에서 <정원국>이라고 검색해보시라. 그 아들 놈 이름이다. ^^ )

여자 후배 중에 뒤늦게 공부를 한 녀석이 있다. 결혼? 당연히 안했다. 시간도 기회도 없었다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그 친구가 박사 과정까지 수료하고 논문을 쓸 준비를 하기 위해 6개월 내지 1년 정도의 예정으로 설 연휴가 끝나면 북경에 어학 연수를 갈 예정이다. 중국 근대사 전공이다.

지난 토요일 밤, 좋은 음식과 좋은 술로 대략 5년 만에 회포를 풀었다. 특정한 삶의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는 것에 대해 서로가 서로에게 축하를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