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의 효과성
- 장맛을 보려면 찍어서 맛봐야 합니다.
변익상(KPC)
1. 우리 주변에 있는 코치
[코치]라는 말은 언제 가장 많이 들으십니까?
아마도 가장 흔한 경우는 텔레비전에서 중계하는 운동 경기를 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야구에서 타자가 안타를 치고 1루에 도착하면 항상 어떤 사람이랑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신호를 주고받는 걸 많이 보셨을 겁니다. 네, 이 분이 바로 코치입니다. 권투나 UFC 시합 때 1회전이 끝나고 잠시 쉬는 시간에 코너에서 의자에 앉아 있는 선수 앞으로 와서 땀도 닦아주면서 뭐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코치입니다. 김연아 선수가 연기를 마치고 아이스 링크 바깥으로 벗어나 심판단의 점수 발표를 기다리던 장면이 기억나십니까? 그 때 옆에 같이 앉아서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자가 있었습니다. 네, 그 분이 바로 평소 훈련 지도와 경기 설계를 한 코치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영국의 프리미어 리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로 활약할 때 퍼거슨 감독은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유명한 코치 중의 한 사람이었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사진은 운동에서 선수에게 코칭을 하는 대표 장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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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게도 <코치>가 있었다고요?
l 자전거 타는 것을 언제 배우셨나요?
자신이 배운 과정을 돌이켜 보거나, 다른 사람이 배우는 과정을 살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처음에는 모두 세발 자전거로 시작했을 겁니다. 그 다음에는 보조 바퀴 달린 것으로. 그 다음에는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는 방식으로 배웠을 겁니다. 배울 때는 몰랐지만, 이때 중요한 사실이 있었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었다는 겁니다. 때로는 보호해주는 역할로, 때로는 조언해주는 역할로, 때로는 뭔가를 제시해주는 역할로 말입니다.
영화나 소설에서 묘사되는 자전거 배우는 장면의 백미는, 누군가 뒤에서 잡아주며 “걱정하지 마!”라고 큰소리 펑펑 치다가 슬그머니 놓는 순간일 겁니다. 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은 “절대 놓지 마!”라고 신신 당부를 하면서, 도와주는 사람은 “꼭 붙잡고 있을 게!” 굳게 약속을 하면서도, 스스로 페달을 밟으며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놓아주는 장면을 우리는 많이 봤습니다.
아, 그렇군요. 내게도 코치가 있었던 겁니다. 우리가 자전거를 배울 때 옆에 있었던 사람이 바로 코치입니다.
l 아주 어렸을 때 동네 학원에서 피아노 배우던 것 기억나십니까?
피아노 의자에 선생님과 같이 앉았습니다. 건반 위에는 조그마한 어린이의 손과 선생님의 손이 같이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조금 익숙해지면 선생님은 옆에 같이 앉아 악보만 넘겨주었습니다. 조금 더 잘 치게 되면 선생님은 멀찍이 서계시면서 가끔 한 두마디만 툭툭 던져주었습니다.
아, 기억해야 할 우리 인생에서 또 다른 코치는 피아노 선생님이셨습니다.
l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진학할 때 혹은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진학할 때가 떠오르십니까?
이때 무엇이 가장 괴롭고 힘드셨나요? 그때는 무엇인지 몰라서 짜증만 냈을 지도 모릅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몸의 변화를 설명해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마음의 변화를 설명해주거나 이해해주는 사람은 둘째 치고 남에게 마음을 보여주기에도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공부 방법이라는 게 분명 있을 터인데 무조건 윽박지르기만 하였던 어른이 기억납니다. 크게 두가지 경향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합니다.
첫째로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담임 선생님이 제시하는 여러 근거 자료를 가지고 진학이나 진로 상담을 하셨을 겁니다. 선생님은 제자의 희망을 물어보기도 하셨을 것이고, 선생님이 관찰한 제자의 장점이나 능력을 근거로 어떤 제안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세태의 흐름에 맞춰 가장 이득이 되는 길을 제시했을지도 모릅니다.
둘째 경향입니다. 선택하는 진학 경로에 따라 경험하거나 달성하는 것도 달라질 텐데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냥 정해진 것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는 투로 주입만 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 때의 선생님은 분명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 역할이 바로 코치였습니다. 혼돈의 과정에서, 또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코칭을 받을 수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 결과는 똑같을지라도 마음이 갖는 평화의 힘은 분명 다를 겁니다. 좋은 코칭을 받았더라면 실제로 결과도 많이 달라졌을 겁니다.
l 사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대부분의 사람이 직장을 선택합니다.
부푼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살짝 두려움도 가지고 있을 때입니다. 정말 잘 할 수 있을까? 이 직장과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나와 잘 맞을까 등등 말이지요. 사무실에서 두가지 장면을 흔하게 목격합니다.
상사가 부하 직원을 앞에 두고 서류 뭉치로 책상을 치면서 일그러진 표정으로 언성을 높입니다. 부하 직원은 주눅든 표정이거나, 저 상사가 도대체 왜 그런지 이해 못하는 멀뚱한 표정일 수 있습니다.
연봉 협상을 할 때, 상사가 부하 직원을 앞에 두고 업무 평점이 매겨진 표를 보여주면서 무엇을 개선하면 내년에 더 좋은 업무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물어봅니다. 그러면서 상사 자신이 무엇을 지원해주면 팀의 성과가 더 높은 상태로 바뀔지 물어봅니다.
먼 훗날 직장의 기억을 되살리면 어떤 상사의 모습이 기억에 남겠습니까? 물어보지 않아도 당연한 질문입니다. 두번째 상사가 코치형 리더십을 발휘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l 영혼의 단짝 – 소울메이트(Soul Mate)
개인 내면에서는 또 다른 차원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인생 목표는 무엇이었습니까? 혹시 인생 목표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요? 그냥 남들이 하는 것이니까 그대로 따라한 것은 없었을까요? 혹시 인생 목표로 알고 있고, 스스로 굳게 믿고 있었는데 사실은 그냥 단순한 욕망이었다고 느낀 적은 없으시나요? 그 길과 그 선택을 스스로 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기대와 바램을 만족시켜주면서 인정받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습니까?
이런 갈등이 있거나 생기면 어떻게 처리합니까? 누구와 이야기합니까? 이럴 때 등장하는 매혹 넘치는 단어가 바로 “소울메이트”입니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더라도 모두 들어주고, 나의 비밀을 무덤까지 지켜줄 사람. 내 감정과 지식에 공감대를 무한정 펼쳐주는 사람 말이죠. 나이 차이를 떠나서, 성별과 상관없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구별하지 않고 소울메이트는 있습니다. 우리 일상 생활 주변에서 그런 사람이 바로 코치입니다.
3. 코칭이 무엇에 좋은 물건인고?
옛날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 어떤 회사가 있었습니다. 그 회사 구성원들은 매우 투지가 넘쳐 목표 달성에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사 분위기는 ‘안 되면 되게 하라’, ‘될 때까지 해라’, ‘상사와 선배는 신이고 법이다’ 같았습니다. 회사와 직원은 모두 매우 열심히 했지만, 그래서 나름 브랜드 평판도 얻었지만 그렇고 그런 평범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이 회사에 새로운 사장이 부임했습니다.
신임 사장이 직원에게 몇 가지 요청을 했습니다. 사람 입과 거기에 들어가는 음식에는 귀천이 없으니 회식을 할 때는 반드시 똑같이 하라. 직급에 상관없이 모두 존댓말을 사용하라. 야근을 하지 말고 업무 시스템을 바꿔라. 이러한 지침 속에서 다른 회사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몇몇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세상에 돌아다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호텔 레스토랑에서 신입 직원과 임원이 마주 앉아 회사의 영업 전략을 토론했다는 것입니다.
이 지침은 그 회사 직원 뿐만 아니라 주변의 다른 회사 및 심지어는 경영학계에도 너무 너무 새롭고 신선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익숙했던 것, 관습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입니다. 약 1년이 넘는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으며 마침내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4위의 실적을 쌓게 됩니다.
이 회사 이름이 어디인지 궁금하십니까? 바로 2002년 한일월드컵에 참여했던 축구 국가대표 선수단이고, 이 때의 헤드 코치가 그 유명한 거스 히딩크입니다.
자, 그 때 이후로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 모두는 결과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코칭이 좋은 이유와 근거는 이 짧은 일화에 거의 모두 다 들어있습니다.
가장 큰 핵심은 <소통>입니다. 함께 하면서 밥 먹는 자리를 많이 가지고, 평등하며 대등하게 이름을 부르며, 일단 대화 자체를 많이 했던 것입니다. 이런 소통은 그 다음으로 <공감>을 쉽게 불러 일으킵니다. 회사 같으면 임원 격인 홍명보 주장은 신입사원 막내 격인 이천수 선수의 불안과 욕심을 모두 느꼈을 겁니다. 선임 간부 격인 유상철 선수가 뿌리는 투지는 여러 선수에게 감염되었을 겁니다. 이러한 공감이 일어나면 그 다음에 <동기부여>는 조금 더 쉽게 일어날 겁니다. ‘어? 이렇게 하면 뭔가 되겠네!”하는 느낌 말입니다. 축구 선수 대표단의 내부 분위기가 이랬다면 실력 점검을 위한 프랑스와 친선 경기에서 5:0으로 졌을 때 그 패배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었을 지 짐작이 가지 않습니까? 이 경기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했다고 합니다. 동기부여가 중요하고 강력한 지점이 이것입니다. 자, 그러면 이럴 때 벌어지는 현상이 서로가 서로에게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보는 것입니다. 분명 선수단 내부에서는 ‘이러다 우리가 우승하는 것 아닐까?' 같은 농담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코칭에서도 이와 똑 같은 과정이 일어나고, 이러한 흐름을 추구합니다. 그러다 보면 코칭을 받는 이가 스스로 독립하여 항해하는 힘을 얻게 되고, 이것은 스스로 자신에 대한 지도력(Self-Leadership)을 획득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세상 일이 꼭 이렇게 좋은 방향으로만 풀립니까? 아닙니다. 그럴 때 코칭은 어떤 소용이 있습니까? 스스로 획득하는 자신에 대한 지도력은 <패자부활전>을 충분히 가능하게 합니다.
아주 작은 결론처럼 말씀드립니다. 어제는 지나갔고, 우리가 바라보는 것은 내일이지만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머물고, 바라보고, 생각하고, 느껴볼 수 있는 순간은 지금, 여기입니다. 갑자기 튀어나오는 소리에 어색한 느낌이 든다면 지금 그 마음을 간직하고, 일단은 이런 표현이 나왔다는 것만 알고 넘어가 주시기 바랍니다. 이런 마음 자락 하나를 지니고 있도록 하는 게 코칭이 좋은 이유의 처음이자 끝입니다.
4. 손님을 태운 마차가 목적지에 가듯이
손님이 마차에 타고 옷 매무새와 자세를 정리할 때쯤 마부가 묻습니다. 어디까지 가십니까? 중간에 들러야 할 곳은 혹시 없는지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목적지에 손님을 내려주게 됩니다. 이 상황을 상상해보면 코칭에서 이루어지는 일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l 듣기 (경청)
훌륭한 코치는 고객이 일상 생활이나 특정한 주제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나, 하려고 했던 것을 먼저 들어줍니다. 너무 당연한 것인데,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면 상대방은 말을 하게 됩니다. 들어주는 사람이 진지하게, 더욱 더 깊게 들어준다면 당연하게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돌이켜보면 친구와 대화 속에서 또는 직장 동료나 부모님과 했던 이야기 속에서 이런 경험을 했을 겁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속 깊은 친구’가 잘 들어주었던 친구였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깊게 들어주었던 친구의 마음 속이나 머리 속에는 어떤 ‘옳고 그름 또는 잘 잘못에 대한 판단’이 없었습니다. 그냥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는 ‘충고나 조언’을 훨씬 뒤로 미루고 그냥 들어주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보통 ‘공감’이라고 합니다. 공감을 해주는 동료, 파트너 등이 있을 때 우리는 훨씬 더 좋은 ‘알아차림(깨달음, 자각)’을 시작할 수 있고, 그 것으로부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기본으로 코치는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l 묻기 (질문)
상황1: 일요일 아침, 아들 방에 들어선 아빠가 커튼을 젖히면서 큰 소리로 외칩니다. “야! 빨리 일어나! 지금 몇 시인데 아직까지도 자고 있냐? 네가 그러니까 성적이 맨날 그 모양 그 꼴이지!” 엄마가 이어서 말합니다. ‘네가 고3인데 지금 제정신이야?’ 아들이 베개를 방바닥에 집어 던지며 큰 소리로 말합니다. ‘알았다고, 그만하라고!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엄마가 잠시 멈칫하더니 얼굴을 바꿉니다. ‘이게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
상황2: 다음 주 화요일에 있을 큰 프로젝트 경쟁 시연을 준비하는 어느 팀의 금요일 오전 사무실입니다. 팀장이 먼저 말합니다. ‘그동안 큰 일을 준비하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준비했고 그 과정을 만족하기 때문에 결과는 하늘에 뜻에 맡기고 차분하게 대응합시다. 끝으로 하나만 물어보겠습니다. 애당초 우리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팀원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회사 수익의 차원, 프로젝트가 완성되었을 때 생길 공공의 이익 차원 등을 이야기합니다. 이어서 팀장이 다시 질문합니다. ‘만약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잘 할 수 있다면 얼마 남지 않는 준비 기간에 무얼 할 수 있습니까?’
대비되는 두 상황에서 결과와 성과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코치는 물어보는 사람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 속성 중에 하나는 누군가 물어보면 대답을 하려는 반응입니다. 대답을 하는 과정 중에 우주의 원리만큼 복잡하고 다양한 일이 몸과 마음 속에서 발생합니다. 그러면서 물음을 받은 사람은 더욱 더 잘 이야기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코치는 더 잘 듣게 됩니다. 앞에서 설명한 ‘듣기’의 선순환이 일어납니다. 우리는 불교의 역사에서 비슷한 사례를 많이 들어 알고 있습니다. 스승이 제자에게 물어본 것이든, 수행자가 스스로 물어본 것이든 말이지요. 단 한 번 물어보는 것으로 단박에 깨달은 사람의 경우(돈오돈수[1])도 있고, 처음에는 그냥 그런 가보다 하면서 밋밋하게 지내다가 여러 번 물어보면서 깨달은 사람의 경우(돈오점수[2])도 있습니다. 실제 코칭의 세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합니다. 내 마음 깊숙이 들어오는 단 한 번의 질문이 삶의 방향과 내용을 바꾸기도 하고, 여러 번 이어지는 물음에 대답하려는 마음을 보태다가 무언가를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인류 역사를 되돌아봐도 비슷한 사례는 너무 흔합니다. 역사의 큰 변곡점에서는 항상 좋은 질문이 있었습니다. (예: 영국 식민지 시절의 미국 – 세금은 내지만 권리는 왜 없는가?) 과학이나 철학에서 큰 발걸음이 나온 경우의 배경에도 언제나 물음이 있었습니다. (예: 칸트 – 사람이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다윈 – 이토록 다양한 생물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더 좁게 이야기하면 훌륭한 발명품에도 뒤에는 좋은 물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예: 자전거 체인 – 힘을 손실없이 전달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코치는 물어보는 사람이고, 그래서 코칭은 질문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l 되돌리기(피드백)
친구나 선배나 직장 상사로부터 충고나 조언을 받았는데, 내키지 않고 오히려 마음이 더 불편하거나 반감이 생겼던 적은 없으셨습니까? 아니면 듣기는 들었는데 별 시답지 않았던 경험은 없으십니까?
옷 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기 위해 거울 앞에 서있는 모습을 상상해보겠습니다. 거울이 우리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할 때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여줍니다. 무언가 덧붙이거나 해석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태나 과정을 흔히 ‘객관’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인간으로서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조건이나 상태 값이나 환경이나 행동이나 언어 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면 훨씬 알아차리는 게 많을 겁니다.
코치도 이렇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잘 하도록 훈련을 받은 사람입니다. 말을 하고, 이야기를 하고, 질문을 들은 다음에 대답을 하고, 이러는 과정에서 코치는 자신이 들은 것을, 본 것을, 느낀 것을 그냥 그대로 되돌려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하면서 어떤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이나 충고나 조언이나 평가나 비판을 끼워 넣지 않도록 훈련을 받은 사람이 코치입니다. 그러니까 코치를 통해 삶의 거울을 바라보는 사람은 좀 더 쉽게 ‘지금, 여기’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 여기의 땅을 잘 알고 있다면 다음 발걸음을 내딛는 것은 당연히 더욱 쉬울 겁니다.
l 코치는 선수가 아닙니다.
운동장에서 직접 경기를 진행하는 사람은 코치가 아니라 선수입니다. 운동 코치는 운동 선수가 경기에서 더욱 높은 성취를 이루도록 들어주고, 물어봐 주고, 그 선수가 이룩한 변화와 성장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람입니다. 그 과정을 실제 경기에서 마음을 기울여 몸으로 구현하는 사람은 선수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우리는 ‘코칭’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므로 실제 코칭에서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움직이고 변화시켜 가는 사람은 코치의 경청과 질문과 피드백을 받는 사람 즉, 고객입니다. 그러니까 코칭에 임하는 고객이 어떤 기대를 가져야 하고, 어떤 준비와 마음가짐과 자세가 필요한 것인지는 시합에 나가기 위해 평상시 운동장에서 선수가 준비하는 자세와 태도와 똑같습니다. 경기장으로 나가기 직전에 로커룸에서 몸과 마음을 가다듬는 순간과 비슷합니다.
운동 선수가 자신의 몸동작이나 자세를 바꾸는 것은 어떤 때 일어날까요? 바로 자신의 자세나 동작이 경기 과정과 결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었을 때입니다. 이런 걸 보통 흔히 ‘알아차림’이라고 하며, 어려운 말을 사용하자면 ‘성찰과 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칭이 무엇 하는 것인가 물어봤을 때 간단하게 응답한다면, 되돌아보면서 깊게 생각하여(성찰) 스스로 알아차리는(자각) 여러가지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여, 그래서 코칭이 뭔 데 하며 묻는다면, 성찰과 자각을 이끄는 활동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변화, 성장, 발전’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일어날까요? 이 의문을 붙잡고 코치와 고객이 춤추는 듯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게 코칭입니다. 즉, 성찰과 자각을 통해서 변화와 성장과 발전이라는 결과를 추구한다는 뜻입니다. 모든 경기의 끝에는 엄청난 환희의 순간도 있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좌절의 순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운동 선수는 새로운 마음가짐과 준비로 다음 경기를 대비합니다. 모든 코칭의 끝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깨달음과 그에 따른 실행이 환희 그 자체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어떤 때는 기대와 전혀 다른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우리를 포함한 모든 인간은 이런 환희와 좌절의 순간이 곧 지나가는 것을 알고 새로운 변화와 성장과 발전을 준비합니다. 인류의 역사가 그렇게 해왔던 것 자체와 똑같습니다. 코칭은 이렇게 개인의 변화와 발전과 성장을 촉진하는 커다란 틀입니다.
연습을 실전처럼, 실전을 연습처럼 임할 수 있는 준비 태도와 자세가 있다면 우리는 더욱 효과 좋은 코칭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5. 상담 등 다른 활동과 차이는 뭔 가요?
우리는 각자의 처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방점을 찍는 부분이 각기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스마트폰이, 어떤 이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가,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종교가, 또 다른 이는 자신의 학문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냥 쉽게 말하면 사람마다 천차만별 다르다는 겁니다. 이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상담, 멘토링, 컨설팅 등 사람을 도와주는 활동에는 매우 많은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활동이 나에게 맞을까요? 이에 대한 답은 우리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아는 게 효과가 좋다는 뜻입니다.
다음에 나오는 그림처럼 기준이 되는 관점을 가지고 분류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을 전문가로 바라보느냐 그렇지 않느냐 따라 달라집니다.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을 상담 영역에서는 흔히 ‘내담자’라 하고, 코칭 영역에서는 ‘고객’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두번째 관점은 도와주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질문하는 걸 우선하는 것인지 아니면 답변해주기를 우선하는 것인지 차이가 있습니다. 거칠게 단순화하자면 코칭 영역과 상담 영역에서 가장 큰 차이점은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 스스로를 자신의 문제 해결 전문가로 바라보는지(코칭) 아니면 도와주는 사람이 전문성을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람에게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지(상담)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매우 아쉬운 역설의 상황인데,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자기가 중요하게 여기는 게 무엇인지 실제로 잘 모른다는 점입니다. 만약 이렇다면 코칭이 가장 편안하고 효과 좋은 활동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는 앞에서 코칭이 갖고 있는 요소와 그것들이 발휘하는 장점과 순기능 등에 대해 운동 및 선수와 연관시켜 설명하며 이해했습니다. 이로부터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코칭은 우리 자신을 주인공으로 만들려고 노력합니다. 주인공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알아차리고, 변화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그만큼 발전하여 앞으로 스스로 나아가는 길을 추구합니다. 이것이 가장 큰 차이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코치가 누구이며, 코칭이 무엇이고, 어떤 과정으로 코칭이 진행되는지 그래서 효과는 무엇이며, 다른 활동과 어떻게 구별되는지 아주 단순하게 알아봤습니다.
개인이나 조직의 방향을,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경우에 코칭은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 및 조직의 탁월한 강점과 장점을 찾아 가슴 뛰는 동기를 확인하고 싶은 경우에 코칭은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개인이나 조직이 유기체 같은 생명 활동을 하면서 성찰과 통찰을 얻어 한 단계 더 높은 성숙을 추구한다면 코칭 같은 동반자도 없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후에 이루어지는 상세한 설명과 사례 등을 통하여 행복한 코칭 여행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코칭을 통하여 발달된 여러분 내면의 성숙과 성장으로 우리의 공동체는 더욱 더 아름답고 건강해질 것입니다.
[1] 당나라로 유학을 떠나던 원효 스님이 어느 동굴에서 해골 바가지에 든 물을 마셨던 경험으로 깨달음을 얻은 게 대표 일화입니다.
[2] 단어 자체의 뜻으로는 “단번에 깨달었다고 할지라도 아직 습성이 남아있기 때문에, 계속 습성을 닦아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여기에서는 비유로 이해하면 됩니다. (인용 출처: http://bit.ly/39MYFo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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